”대안은 있다” – 제7화 청탁하려다 혹 붙인 이야기 (7)

”대안은 있다” – 제7화 청탁하려다 혹 붙인 이야기 (7)
  조회:  7,090   등록 일자: October 19   카테고리: 정치
진철수 저 프랑스의 사르코지 혁명이 성과를 얻을 것인지, 어떤 모진 시련을 겪을 것이지는 아직 모른다. 그렇지만 사르코지의 개혁 의지와 방향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온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정작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당연한 일이지만, 대선을 계기로 나타나는 개혁 논의는 상당히 활발해 보인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온다. 첫째, 어떠어떠한 결과가 바람직하다는 공약은 있지만, 과거처럼 또 다시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믿음직스러운 신념과 정열이 잘 안 보인다. 둘째, 소위 권력형 비리가 되풀이 되어온 마당에 마땅히 있어야 할 새로운 윤리관이나 윤리 강령에 대한 추구가 없다. 1960년대 후반에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한 언론계 선배에게서 들은 엉뚱한 말이 생각난다. 당시 사업가가 이미 되어 있던 이 사람이 무슨 말 끝에 “코럽션(corruption)이란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야”라고 나에게 훈시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고, 순진하기만 하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어떻게 저런 소리를 뻔뻔스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업상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고 하지 않으면 일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어찌 독야청청할 수가 있겠느냐는 항변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개발독재형 체제가 지배했을 때 나온 이야기이다. 깨끗한 경제 활동, 공정한 경쟁이 중시되는 21세기 상황에서도 그런 말이 통용될 수 있는 일인가? 청탁이라면, 나도 아슬아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50년대 말로 기억하는데, 청탁을 위해 대통령 비서실의 실력자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청탁 용건은 외가 쪽으로 집안 어른들이 하는 자동차 사업에 힘이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일을 해본 경험이 없기도 하고, 아무래도 거북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억지로 조용한 데서 만나는 데까지는 갔으나, 제대로 이야기도 붙여 보지 못했다. 상대는 나보고 아직 젊은 사람인데 제 할 일이나 할 것이지 무슨 쓸데없는 일에 나서느냐고 부드러운 말로 꾸짖는 것이었다. 나보고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으로 보인다는, 듣기 좋은 말까지 해가면서 꾸짖는 소리를 하니, 꼼짝없이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하도 지당한 말이라 얼굴만 뜨거워질 뿐, 대꾸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창피하고 그 분에게 감사한 생각밖에 없다. 그런 사적인 용건인데도 일단 만나 준 것은, 내가 당시 AP 통신이라는 국제적인 통신사의 서울 지국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로 업무상 알게 되어 다소 친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해도 되고, 하면 안 되는 일의 구별을 하지 못한 나를 대신해서 그 분이 깔끔하게 선을 그어준 것이다. “부정부패가 경제 발전에 필요한 것”이라는 견지에서 본다면, 하나의 실패작으로 끝난 셈이다. 하지만, 만약 그때 내가 실패가 아니라 청탁에 성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맛을 들여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유혹에 빠지기 쉽고, 죄를 짓게 될 기회가 너무 흔한 것이 세상이다. 무서운 일이다. (계속) (저자:현 영한 뉴스 사이트 USA Briefing 주필. 전 동아일보 주미 특파원, 관훈 클럽 초대 총무) (ⓒ 2007 USA Briefing.net)
관련 기사보기
본 내용을 무단 전재, 도용할 경우 저작권법에 의해 엄중 처벌 받게 될 것임을 경고합니다